수고하셨습니다.

88올림픽에서 현정화, 양영자, 유남규가 금을 따던 장면을 희미하긴 하지만 여전히 기억한다. 그때는 탁구가 무척 인기가 많았다. 나도 그무렵 탁구를 처음 배웠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도 탁구를 좋아한다. 

사진은 우리나라 여자 대표인 김경아 선수. 그녀는 수비형 선수다. 때려도 때려도 신기에 가까울 정도로 막아내는… 그녀의 경기를 볼때면 늘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끈질길 수 있을까 하며 놀라곤 했다. 

그녀가 오늘 8강에서 탈락했다. 그녀의 나이는 서른다섯. 내가 기억하는 지난 몇번의 올림픽에서 늘 김경아 선수는 우리나라의 대표선수로 출전했던 것 같다. 하지만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이리라. 어쩐지 기억에 남기고 싶어 이렇게 끄적여 본다.

수고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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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인 성격의 힘

 

Quiet: The Power of Introverts in a World That Can't Stop Talking

 

언젠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데 예전에 MBTI라는 성격 검사를 했던 적이 있다. MBTI 4개의 영문 이니셜로 성격을 분류하는데 글자는 내성적 성격을 뜻하는 I (Introversion) 또는 외향적 성격을 뜻하는 E (Extraversion) 시작한다. 책은 I 해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책이다.
 

미국이란 사회가 특히 그렇긴 하지만 어느 곳에서든  앞에서 말을 하고,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는 사람은 주목 받게 되어 있다. 때문에 많은 자기 계발서들은 내성적인 성격을 고쳐서  앞에서 잘하고 사교적인 사람이 되기 위한 조언들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언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내성적인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다. 맞지 않기 때문이다. 책은 내성적인 성격이 가지는 장점을 재발견  뿐더러, 성격적인 특성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보다 깊이 있게 파고든다.

 

책에서 파고드는 흥미로운 질문 하나는성격은 유전되는 것일까 아니면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것일까?” 라는 것이다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내가 싫어하는 성격을 그대로 닮은 아이의 모습을 때마다 역시 유전되는 것이구나 하며 한숨을 쉬곤 하는데, 아이의 성격을 어떻게 하면 고쳐줄까 노심 초사 하기 보다 아이의 성격적인 특성을 이해하고 성격에 맞는 재능을 꽃피울 있도록 초점을 맞추는데 책은 유용하다. 관련된 내용은 책의 2(4-7)에서 다루고 있다.

 

아시안 학생에 대해 다루는 부분도 매우 흥미롭다. 미국에서 한국 출신의 학생들에 대해 이야기할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 하나가 미국 학생들은 적극적이고 자기 할말을 하는데 한국 학생들 말없이 조용히 앉아 있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조용한 한국 학생, 나아가 아시아계 학생의 특징에 대해 흔히 부정적으로 이야기하지만, 책의 8장에서는 조용한 아시안 학생들의 강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하나 알게된 부가적인 정보는 실리콘 밸리의 고등학교에서 아시안 학생들의 비중이 무척 높다는 . 그리고 예상하다시피 그러한 학교의 성적 또한 엄청나게 높다는 .

 

기억이 맞다면 MBTI 결과는 INTJ였다. 흔히 자기 자신에 대해 자기가 제일 안다라고 하는데, 사실 나는 말에 100% 공감이 가지 않는다. 내가 알지 못하는 혹은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의 심리학 서적에 자꾸 눈이 가는 이유는 내가 모르는 나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궁금증 때문일까? 완전한 답은 요원해 보이지만 적어도 책은 나와 주변의 사람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사족: 이 책의 요약은 저자의 TED 강연을 통해서 더 잘 알 수 있다.

 

내 아내의 모든 것

 

 

아내의 잔소리 듣기 싫어하지 않는 남편이 얼마나 있을 것이며, 남편의 무관심에 불평 불만 없는 아내는 얼마나 될까?

 

, 우리 마누라 잔소리 그만 했으면“,

도대체 우리 남편은 나한테 관심이 있는겨 없는겨,!@#$”.

 

아마 기혼자라면 속으로 이런 생각 한번 (혹은 매일) 봤을 것이다. 여기에다 독설과 코메디 그리고 주연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가 더해지니 맛깔스런 로맨틱 코메디가 되었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수정은 외모에 요리까지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한 아내지만 입만 열만 불평 불만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바람에 남편인 선균은 매일 매일이 고통스럽다. 하지만 소심한 그는 아내에게 헤어지자는 말도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는다. 그러던 그가 아내와 헤어지기 위해 생각해 방법이 카사노바인 승준에
부탁해  아내를 유혹해서 아내가 스스로 떠나도록 만드는 . 선균이 넘긴 아내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활용해 카사노바인 승준은작업 속도를 더해가고, 그러던 수정은 라디오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고정 출연하면서 독설로 유명세를 얻게 된다. 마음이 통하는 친구 (카사노바 승준) 새로운 직업을 통해 남편에게 향하던 불평 불만을 해소할 방법을 찾게 아내 수정은 일에 몰두하고, 그런 아내에게서 남편 선균은 다시금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오랜만에 아내와 같이 영화를 보면서, 비록 집에서 보는 것이지만, 같이 낄낄거리며 즐겁게 보았다. 영화가 건드리는 주제와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으나, 웃고 즐기면서 있는 영화를 만들어낸 감독과 작가, 그리고 배우들의 재능과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영화에 대해 한가지 불평 불만을 말하자면, 영화는 한글 자막이 필요할 만큼 말을 알아듣기 쉽지 않다. 대사가 많아서인지, 말이 빨라서인지, 아니면 배우들의 발음이 정확치 않아서인지 무슨 이유였든 간에 말을 알아듣지 못해 여러번 영화를 멈추고 되감기를 해서 다시 들어보아야 했다

 

이탈리아 피사

지난 일주일간 이탈리아에서 열린 ECRTS 그리고 함께 개최된 OSPERT에 참가했다. ECRTS는 논문 발표, OSPERT는 패널의 한사람으로 초청되어 참여했는데 논문 발표야 여러번 해 보았으니 그리 걱정이 안 되었지만 패널 토의는 해본적이 없어 많이 걱정이 되었다. 역시나 패널 토의에서 그리 잘 하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또 걱정했던 것만큼 패닉 상태에 빠져버리거나 큰 후유증을 남길만한 잘못을 하지는 않은 것 같다. 역시나 닥치면 어떻게든 하게 되어 있고 시간이 흐르면 대개의 사람들은 금방 잊어 버린다. 그러므로 무슨 일이든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여정의 시작은 순탄치 못했다. 샴페인에서 시카고로 가는 비행기가 무려 2시간 넘게 지연되는 바람에 런던으로 가는 연결편을 놓쳐 버렸다. 다음 비행기가 있겠거니 하고 게이트의 항공사 직원에게 사정 이야기를 했더니 같은 날 최종 목적지인 피사로 갈 수 있는 연결 루트가 없어 자고 가야하며 기상 사정으로 지연된 것이라 숙박비도 제공할 수 없다고 했다. 그 직원은 연결편인 브리티시 에어라인 직원이었는데 마치 “나는 잘못 없으니(늦은 비행기는 아메리칸 에어라인) 네가 알아서 해” 라는 투였다. 나는 다음날 패널 참가를 위해서는 어떻든 예정된 날에 도착해야 겠기에 다른 대안을 자꾸 물어보니 자기는 다른 바쁜일이 있다며 아메리칸 에어라인에 문의해 보라며 떠념겼다. 할 수 없이 한참을 걸어 아메리칸 에어라인 메인 카운터에 가서 다시 사정을 이야기 하고 비행기 편을 알아 봤는데 처음에는 연결편이 없다며 난색을 표하더니, 한참 이리저리 찾아보더니 런던의 히드로 국제공항이 아닌 개트윜이라는 다른 공항 (우리나라의 김포공항과 비슷한 듯)에서 출발하는 편이 있다면서 다시 예약을 해 주었다. 이 직원은 중국계 할머니였는데 굉장히 친절하고 성의있게 찾아봐 줘서 참 고마웠다. 사실 이런 것은 인종적인 차이라기 보다 개개인의 성품의 차이이지만 좀전의 백인 여직원의 불친절과 많은 대비가 되었다.

결국 원래 예정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리긴 했지만 학회 시작하기 전날 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지인 피사는 피사의 사탑으로 유명한 도시지만 사실 도시 자체는 매우 작다. 공항도 시내 중심가에서 가까워서 공항 터미널에서 시내의 호텔까지 걸어서 1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호텔 엘리베이터가 사람 하나 간신히 들어갈 공간밖에 안되는 작은 것이어서 놀랐는데 방 크기 또한 고시원 처럼 매우 작아서 꽤나 실망했다. 학회에서 추천한 3성급 호텔이었는데 너무 한것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이곳은 이탈리아다. 집도 작고, 차도 작고, 길도 작았다. 넓직한 것에 익숙해진 몸이 적응하는데는 조금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적응하니 또 지낼만 했다. 무엇보다 아침에 나오는 식사가 매우 훌륭해서 만족스러웠다. 끝까지 적응하기 힘들었던 건 인터넷이다. 호텔에서 무료 인터넷을 제공하긴 하는데 이 인터넷이 거의 로또 수준이라 연결이 잘 되지도 않고 연결이 되더라도 십중팔구 타임아웃이 발생했다. 아예 확실히 포기하고 책을 읽거나 일을 했었어야 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꾸 시도하느라 시간을 꽤나 허비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안되는 것은 확실히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학회에 참석하는 것의 의미는 논문을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이 사실을 잘 알면서도 한국인 특유의 부끄러움과 사교적이지 못한 개인적인 성격이 더해져서 그동안 학회에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는 것을 그리 잘 하지 못했다. 그 성격이 변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그래도 내가 만나고 싶었던 몇몇 사람들과 꽤나 많은 시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가장 큰 수확이라면 IBM 의 리눅스 커널 개발자인 Paul McKenny 를 만난 것이다. Paul은 리눅스 커널의 RCU 구현의 메인테이너인데 그동안 리눅스 커널 메일링 리스트와 LWN에 게제된 그의 글을 통해서 알고 있었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이번 OSPERT 학회에서 키노트 스피치를 했고 나와 같이 패널 토의에도 참석했다. 더불어 메인 학회인 ECRTS에도 참석해 마지막 날까지 자리를 지켰다. 워낙에 경험이 많은 사람이기에 여러가지 재미난 개발에 얽힌 이야기가 많기도 했지만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한번 이야기를 시작하면 한시간은 훌쩍 지나가곤 했다. 주로 듣기만 했지만 관심사가 비슷하다 보니 무척 즐거웠다. 50줄 후반내지는 60줄 초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커널의 RCU 코드를 개발하고 있고 이런저런 커널 관련된 내용을 글로 깔끔해게 정리해서 널리 공유하는 그에게서는 마치 아이와 같은 천진함이 느껴졌다. 내가 나이 들었을때의 그와 같은 모습이면 좋겠다.

또 다른 한 친구는 리눅스 커널의 EDF 스케쥴러 패치셋을 관리하는 Juli 라는 친구였다. 이친구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전형적인 잘생긴 이탈리아 청년이라고 하면 적당히지 싶다. 훤칠한 키에 영화배우 못지 않은 수려한 외모. 매주 축구를 즐기며 이탈리아의 맛있는 음식을 사랑했다. 이제 막 석사를 마치고 박사 과정을 시작했는데 조만간 미국에 6개월 정도 교환 학생으로 온다고 한다. 미국에서 다시 한번 만났으면 좋겠다. 그밖에 Litmus-RT로 유명한 제임스 앤더슨 교수와도 내 논문 발표 직후에 관련되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일주일간의 짧은 방문이었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그리고 많이 배운 것 같다. Good bye Pisa !!!